배삼태 前 가톨릭농민회 전국회장

                                                    배삼태 (前가톨릭농민회 전국회장)
                                                    배삼태 (前가톨릭농민회 전국회장)

이달은 나에게도 가장 바쁘고 중요한 농번기다. 6월초에 경기도 용문산에서 잡화꿀을 채밀하고 밀수확과 콩파종을 위해서 무안으로 내려왔는데 하필 밀수확기에 비가 내려 콤바인 작업을 지연시킨다. 장마를 앞두고 적기에 밀타작하고 콩을 파종해야 안심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이 늦어지면 내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비로 인해서 4일 정도 밀타작이 늦어졌지만 다행히 청계농협에서 숙련된 콤바인 기사를 보내줘서 무사히 밀수확을 마쳤으며 극심한 봄가뭄에도 밀수확은 평년작 이상으로 나왔다. 가을에도 농협 콤바인으로 콩타작하여 선별·판매까지 해준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밀수확 후 트랙터 작업하여 콩파종을 했는데 파종 직후에 적당량의 비까지 내려 농사는 걱정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농산물값이 심상치 않다. 양파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마늘·감자가격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가뭄으로 생산량은 줄어들고 농촌인구의 노령화로 농촌인력은 부족하고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농산물값이 오르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요즘 기후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국제곡물가가 상승하여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식량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보도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웃지 못할 일이 생긴다. 국제 곡물값이 올라도 지금 우리가 재배하고 있는 우리밀 수매가는 하나도 오르지 않는데 대다수 사람들은 국제 밀값이 올랐기 때문에 우리밀 수매가도 올라서 밀생산 농민들이 당장 재미를 보고 있는 줄 안다.

우리밀 가격 경쟁력이 생기려면 정부에서 시급히 수매가를 올리고 밀생산 직불금을 확대하여 식량난에 대비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기후위기 시대에 식량안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동안 정부의 식량정책이 전무하여 농민들이 우리밀을 살리기 위해서 직접 생산·가공·유통사업을 하다가 부도나고 빚방석에 앉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번에 콩파종 끝내고 용문산에 올라와 오랜만에 춘천에 사시는 형님과 함께 홍천에서 막걸리를 했는데 그분도 30년 전에 우리밀 살리기 운동하다 빚방석에 앉아 지금껏 고생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아는 후배도 광주에서 우리밀 사업하다가 최근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초에 농업을 살리고 식량자급도를 올리는 일은 국가와 모든 국민들이 함께해야 할 일이었는데 농민들이 너무 무모하고 성급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그러나 지금은 물러설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기후위기에 전쟁까지 겹쳐서 식량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비하지 않으면 대재앙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국제 밀값과 우리밀의 가격차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직불금을 확대하고 농협 등에서 밀생산에 조금만 지원을 해준다면 우리나라 남부지방은 2모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밀농사와 보리농사를 할 수 있고 특히 무안에서는 대체작물 역할을 하여 양파수급 조절효과도 있을 것이다.

어느덧 2022년 상반기가 후덥지근한 장마와 함께 지나가고 있다. 5월 아까시꿀 농사는 좋은 날씨 때문에 재미를 보았지만 장마로 인한 잦은 비 때문에 아직 밤꿀은 채밀하지 못하고 있다. 밀농사도 평년작 이상을 했으므로 밤꿀 채밀하면 무안에 내려가서 콩밭 제초작업이 하반기 남은 숙제다. 기후위기-식량위기의 시대에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우리 국민이 먹고사는 식량을 직접 생산하는 농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피곤함을 이기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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